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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시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와 로마 시대의 키케로(Cicero; 106-43 BC)와 퀸틸리안(Quintilian; 35-100 AD) 등은 수사학에 탁월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글은 중세의 르네상스시대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고전수사학자들은 수사학 훈련 영역으로 다섯 단계를 꼽았다. 이 다섯 가지 영역은 설교자들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영역들이다. (1) 창작 (inventio), (2) 배열 (dispositio), (3) 문체 (elocutio), (4) 암기 (memoria), (5) 전달 (actio)이다. 창작은 연설을 계획하고 이에 사용할 논거를 잡는 과정이다. 배열은 각 부분의 글을 효과적인 구조로 배치하는 과정이다. 문체는 어휘의 선택과 어휘를 문장으로 만드는 일과 비유의 사용 등을 포함한 과정이다. 암기는 전달을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다. 전달은 음성의 통제와 제스처의 사용을 위한 규칙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 다섯 단계는 고전수사학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학의 보편적인 범주에 속한다. 고전수사학의 다섯 가지 훈련 영역은 설교자들이 설교를 준비하고 선포하는 과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 나오는 창작의 과정이다. 설교자는 자신의 생각을 갖고 설교 원고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갖고 메시지를 작성한다. 이 한 가지 크나 큰 차이 때문에 신학교에서 성경해석학, 조직신학, 교회사, 설교학 등을 가르친다. 성경에서 설교가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설교문을 작성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창작의 과정이 수반됨을 부인할 수 없다.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주제의 선정과 본문의 선택, 본문의 해석과 설명, 예화의 사용, 성도의 삶에 적용, 표현 방식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이 동반된 작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고전수사학의 세 번째 항목에 속하는 문체(style)와 주로 관계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풍부한 이미지(은유, 직유, 비유, 스토리텔링 등)와 대구법을 사용하여 작성된 설교를 더욱 감동이 넘치고 생명력이 넘치는 설교로 만들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 문체의 이슈가 설교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연마된 문체의 훈련은 맛없는 설교를 맛있게 만들고, 매력 없는 설교를 끌리게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서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사기법 사용 이전에 정확한 성경해석에 기초한 설교를 하자는 뜻이다. 어떤 설교자들은 성경의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난 설교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설교자는 성경본문을 읽고 메시지는 성경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기 말만 하는 설교를 들은 적도 있을 것이다.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설교는 설교가 아니라 자기 소리이다. 성도들이 목회자의 설교를 듣는 것은 사람의 말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러므로 설교자는 고전수사학에서 행하듯이 상황에서 나오는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철저히 읽고 연구하고 묵상한 후에 성경이 말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해야할 사명이 있다. 수사학자는 특정한 정치 이슈와 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창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메시지를 찾고 성도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주 사명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청중의 필요를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청중의 필요를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성경이 말하는 답을 주어야 한다. 성도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잘 파악하고 성경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는 과정이 설교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 아니겠는가? 넓게 보면 설교준비도 일종의 창작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창작은 하나님의 말씀과 독립된 자신의 생각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해서 창작을 한다는 점이 일반 수사학에서 말하는 창작과는 다른 점일 것이다.


수사학에서 말하는 논리 전개의 과정은 설교학에서 주로 다루는 설교의 구조와 연관이 있다. 논리 전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연역적 방식이요, 다른 하나는 귀납적 방식이다. 여러 가지 설교의 구조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오래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 두 가지 논리 전개 방식 속에 포함된다고 본다. 전통적인 설교학에서는 주로 3대지의 설교를 강조하는데, 이는 주로 연역적 방법을 사용한다. 요즈음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스타일이나 네 페이지 설교는 귀납법적인 방법을 주된 구조로 채택하고 있다. 설교의 구조에 관하여 중요한 점은 설교의 논리성이다. 실제로 설교를 준비해보면 큰 프레임이 귀납적이거나 연역적이라고 할지라도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귀납적 방식과 연역적 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설교의 구조에 논리가 빠지면 골조가 빠진 건축물과 같이 흐느적거리는 설교가 될 것이다. 논리가 엉성한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의문들을 자아내게 만들고, 설교의 설득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논리성이 결여된 설교문을 갖고 아무리 감동과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대구법과 그림언어를 사용해도 설교의 호소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림언어와 대구법이라는 성경의 수사법을 사용하기에 앞서서, 첫째 성경에 입각한 정확한 메시지의 파악이 우선되어야 하고, 둘째 설교문의 구조가 논리성을 구비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그 다음 단계인 설교문의 스타일에 감동과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해석학을 전공한 필자가 느끼는 바는 역사비평(자료비평, 양식비평, 편집비평, 전승사비평)이 성경해석에 등장하면서 설교에 상당한 어려움을 끼쳤다고 본다. 이런 통시적 접근 방법론들은 성경을 있는 대로 보지 않고 성경의 생성 배경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이런 방법론들은 너무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설교를 위한 단순한 메시지를 파악하는데 오히려 장애를 초래한 느낌도 든다. 감사한 것은 1970년대 이후에 성경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공시적 접근 방법론들(수사비평, 구조비평, 서사비평, 문예비평, 정경비평 등)이 등장하면서 성경해석학이 설교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성경해석학의 기본 원리들은 성경의 메시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성경해석의 기본 원리인 면밀한 읽기(관찰), 본문의 이해(해석), 그리고 삶에 적용하는 과정은 본문의 메시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필수과정이다. 성경해석의 과정이 없이 설교에 임하게 되면 본문의 메시지를 잘못 파악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설교학자들 중에서 하돈 로빈슨(Haddon Robinson) 같은 학자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설교학에 도입하면서 성경의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파악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의 본문 분석방법은 설교를 위해 성경본문의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찾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성경해석학에서 성경을 연구하는 방법과 설교학에서 설교를 위해 성경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강점들을 연결하여 설교와 성경묵상을 위한 전문적인 서적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두 분야를 병합하는 책을 구상하게 된 연유는 지금까지 성경해석학과 설교학이 너무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설교를 염두에 두지 않은 성경해석학이나 성경해석을 무시한 설교는 모두 문제가 있다.


요컨대, 그림언어와 대구법을 사용하기 전에 성경본문의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성경해석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정확한 성경해석 위에 감동과 생명력을 일으키는 수사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샐리 맥패그(Sallie McFague)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미지는 개념을 먹여 살찌우고개념은 이미지의 규율을 잡는다.’ 개념이 빠진 이미지는 장님과 같고 이미지가 없는 개념은 불모지와 같다.” 설교자의 관점에서 개념이란 성경이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성경의 분명한 메시지가 확립되지 않은 채 끌어들인 이미지는 맥패그의 말대로 불모지와 같은 것이다.


("히브리 시인에게 설교를 배우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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